진수가 병을 얻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났습니다. 가족들은 사업 실패 후 엄청난 빚을 떠안은 채 기찻길 옆 무너져가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딸 둘에 아들 하나, 다섯 식구가 살기엔 턱없이 비좁은 집이라 부엌에서까지 잠을 자야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집 옆을 수시로 오가는 기차는 아주 작은 진동이나 소음에도 통증이 유발되는 진수의 상태는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그렇게 살기를 몇 년...
다행히 1년 전에 사업 실패 후 술로 세월을 보내던 아버지가 마음을 다잡고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에 시간제로 나가 허드렛일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작지만 정기적인 수입이 생겼을 때, 부모님은 제일 먼저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기초 생활 수급자들에게 지원하는 전세 자금 대출을 받고 진수 외삼촌의 결혼자금까지 빌려 제법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얻었습니다. 지금 형편에 넓은 아파트가 무리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진수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면 혼자 조용히 누워 있을 방을 마련해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사를 한 후로는 소음이나 진동 때문에 통증을 겪어야 하는 일은 사라졌지만, 부모님의 부담은 훨씬 커졌습니다. 한 달에도 몇 차례씩 서울을 오가야 하는 진수의 치료비 외에도 빚으로 마련한 전세금을 이제부터 갚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진수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펌프 이식술뿐. 척수 안에 진통제를 주입하는 펌프를 직접 삽입하는 시술로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가 있다는 방법이지만 2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용 때문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알게 된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병명을 알게 된 후, 이러한 상황이 전해지면서 진수를 돕기 위한 손길들이 모였습니다. BC TOP 포인트 기부자분들의 정성인 140만원 가량의 후원금과 사랑의 열매 지원금으로 약 2,200만원이 지원되었습니다. 의료비지원으로 2,000만원, 생계비 100만원, 기타비용으로 70만원을 통해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밝아져 가는 진수의 모습을 보며 이제 가족들도 조금씩 미소를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