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생각도 걸음도 느린 11살 수혁이
웃음이 유난히 해맑은 11살 수혁이. 등굣길은 언제나 엄마와 함께이다. 혼자서는 계단을 오르내릴 수가 없고, 오르막길도 버겁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놀 나이지만, 10여 분만 걸어도 피곤해 몸을 가눌 수가 없다.
4년 전 수혁이는 다리 길이를 똑같이 맞추는 수술을 했지만 척추가 앞으로 휘고 골반이 튀어나와있다. 뇌병변으로 인해 1급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 마음은 아직 대여섯 살이다.
수혁이를 지키기 위한 엄마의 외로운 선택
엄마는 백반집 종업원으로 일한다. 식당 홀 한구석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방이 수혁이 모자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수혁이는 재혼을 한 엄마가 마흔 세 살 늦은 나이에 얻은 금쪽같은 자식이다. 집안의 기쁨이었던 수혁. 하지만 돌 무렵 수혁이에게 진단 내려진 장애를 시댁식구들과 남편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수혁이를 데리고 차비 몇 천원만 손에 쥐고 집을 나와야 했던 엄마. 식당일만으로는 수혁이의 교육비와 치료비를 감당할 수가 없는 엄마는 국가의 지원금이라도 받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다. 엄마에게 인생에서 다른 건 다 버려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수혁이 엄마’라는 이름이다.
남보다 조금 늦을 뿐인 수혁이, 지치지 않는 걸음걸이를 위해서...
수혁이의 걸음걸이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골반 수술이 시급하다.
자신도 걸음이 불편하면서도 수혁이는 짬짬이 식당 홀로 나와 엄마 다리를 주물러준다. 그런 수혁이를 보면 피로도 시름도 모두 잊는다는 엄마. 하지만 허리 디스크와 스트레스가 서서히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어 수혁이의 유일한 버팀목인 엄마도 돌봄이 절실한 상황이다.
남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수혁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을 만큼 성장할 것이라는 엄마의 희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수혁이네 모자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긴 여행을 시작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