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해피투게더 | 등록일 | 2007.1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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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 해피
투 게더 눈이 살짝 내린 다음 날 설레는 마음으로 다니엘복지원으로 향했습니다.
다니엘복지원은 시 외곽의 큰 길에서도 산쪽으로 몇백미터 올라가야 되더군요. 학교와 운동장까지 있는, 생각보다 큰 규모의 시설에 놀랐지만 외진 곳인
만큼 사람들의 마음에서 소외되어 있다라는 생각, 그리고 최초 설립 시 여러 사람들의 반대로 이런 곳으로 자리 잡았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도착 후 빨간사과 봉사단이라는 글씨가 인쇄된 빨간 티를 입었습니다. 책임감과 자긍심이 동시에 생깁니다. 복지원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대략적인 소개를 들었습니다. 다니엘 복지원은 지적장애인(전에는 정신지체자라고 했지요)들을 보호해주고 교육시켜주는 시설이었습니다.
한 반은 약 10명 정도의 학생과 선생님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저희 그룹은 한 반에 2인 1조로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우리반 학생 하나가
회의실로 마중을 나왔습니다. 학생이 먼저 손을 내밀며 잡아 끌고 교실로 안내하는데 마치 아들이 아빠 마중 나온 것 처럼 좋아합니다. 교실에 도착하니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몇 몇 아이들이 이미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싱글 벙글 웃으며 질문한 첫 마디는 반가운 인사도, 싸늘한 냉대도 아니었습니다.
놀랍게도 “선생님은 몇시에 가세요?” 였습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우리와 놀아줄 사람이 생겼다라는 생각인지, 아니면 미리 마음속에 이별을 준비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자원봉사자들과 수많은 이별을 겪으며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열심히 놀아주자. 내가 놀아주는 것 하나는 자신 있는 사람 아니냐?’ 평소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생각을 하고 정말 열심히 놀았습니다.
서로 이름도 물어보고 나이도 물어보고 공부도 도와주고 색칠놀이도 하고…… 오랜 만에 역할극도 했습니다. 저보고 도둑을 하라는데 죽어도 도둑은 싫다고 우겨서
경찰만 하다 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도둑도 한 번 해줄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옷장 깊숙히 감추어 놓은 보물 상자를 꺼내 놓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건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 상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놀이용 지폐, 무전기, 수갑, 총, 10원짜리 동전, 자물쇠 등등…… 잠깐 재밌게 놀아줬다고 소중한 자신의 보물 상자를 여는 아이를 보니
내가 마음의 문은 열고 있나 하는 생각에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집니다. 호칭이 어느새 선생님에서 형으로 바뀌었습니다. 형이란 말이 그렇게 듣기 좋을 수 없습니다. 나이보다 어리게 봐줘서 좋은
것보다 아이들이 나를 따른다는 느낌이 마냥 좋습니다. 아이들 나이 또래가 저를 형이라고 부르는 말… 정말 오랜만입니다.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옵니다. 비씨카드 빨간봉사단을 회의실로 소집하는 방송이자 봉사활동의 종료를 알리는 방송입니다.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하는데 웬지 모르지만 제일 먼저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또 오실거죠?’라는 질문에 환한 웃음으로 ‘그래!!’라는 대답이 선뜻 나옵니다.
하나 하나 악수하고 머리 쓰다듬고 교실을 나서서 복도를 걸어가는데도 계속 교실 안에서는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이 연신 들려옵니다. 말을 못하는
친구는 말 없이 뒤를 따라오며 배웅을 해줍니다. 회의실에서 빨간 티를 벗으며 봉사자 신분에서도 해방은 되었지만 마음의 짐은 벗지 못했습니다. 같은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의
부모가 받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른 분들과 몇 마디 말씀을 나눴는데 다들 비슷한 마음입니다.
제 아이들이 건강한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고, 내 조그만 사랑이 남에게 큰 힘이 됨을 느끼게 된 하루였습니다. <IT표준화팀 임홍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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